현대카드스러움, 현대카드스럽게....
원래 디자인의 목적은 눈의 즐거움에 있다. 하지만 카드를 자랑하려고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지갑에 꽁꽁 숨겨 놓는 그런 상품이다. 하루 평균 만져보는 시간은 1분이 채 넘지 않을 것이다. 카드 옆면도 디자인 했다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편집증은 무엇 때문일까? 결론적으로 현대카드는 보이지 않는 것(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이게 했고(라이프 스타일을 기준으로 설계한 신용카드), 보이는 것(카드 플레이트)을 보이지 않게(현대카드가 규정하는 라이프스타일)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을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차별화 목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현대카드는 카드 대란이 온 2003년에 9,000억 원의 적자를 내다가, 2005년에 첫 흑자를 기록한 후, 2008년에는 7,900억 원의 흑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현대카드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현대 캐피탈은 국내의 제2금융권 자산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규모가 크다.
현대카드는 2004년에 현대카드만의 서체(유앤아이체)를 개발했다. 이는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이라는 장기적인 목표의 첫 단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유앤아이체로 인해서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핵심인 '통합'과 '디테일 매니지먼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석, 스테이플러, 종이컵, 머그컵 등 직원들의 책상 위에 있는 사무용품들을 모두 현대카드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고, 환경을 바꿈으로써 생각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보여지는 현대카드스러움을 사옥이나 사무실 환경에 적용시킴으로써 톤앤 무드tone and mood를 만든 후에, 룩 앤 필look and feel단계로 넘어 갔다. 고객들이 현대카드 직원을 만났을 때에도 현대카드스러움을 느끼기를 원했다. 현대카드 직원들이 현대카드스러움으로 인터그레이션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공감각적으로 느낀다. 네이밍, 컬러, 냄새, 분위기, 직원, 건물, 느낌, 이미지, 심볼 등 그야말로 소비자는 보이는 것과 느끼는 모든 것을 통해서 브랜드를 이해하고 싶은 방향으로 인지한다. 그래서 브랜드에 관한 소비자 자유연상 이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100여 개의 단어들이 나온다. 브랜드가 주고 싶은 이미지와 소비자가 갖는 이미지, 직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현대카드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모두 같을 수 있을까? 같을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을 철학과 물리학 용어를 '브랜드 동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한 브랜드에 대해서 수많은 소비자가 같은 컨셉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불가능한 것을 실행하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그들은 '브랜드 동시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박세훈 전무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의 실체인'인테그레이션'은 개념이나 전략용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카드의 인터그레이션은 '실행'의 하나이며 '완성을 향한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완성에 관한 일이고, 그 완성의 과정은 창조와 혁신의 에너지로 끊임없이 진보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카드의 브랜드 경영이란 성공과 완벽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진화의 일이라고 전했다.
현대카드가 정의하는 신용카드는 고객경험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삶의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인터그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카드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표현하는 여러가지 양식, 광고,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 직원,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대카드에게 통일성은 존재감이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선과 컬러가 아니라 창조적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하는 것이며, 그것을 압축하여 우리에게 이미지로 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에서 나오는 가치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독창성'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자의 필요, 경영자의 영감, 데이터의 분석, 시장 상황, 경쟁자의 벤치마킹, 소비의 변화, 예술 등 모든 것을 현대카드스러움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모든 방대한 자원을 자신들이 창조한 '현대카드 서체'에 모두 압축해서 '디자인 결정체'를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실체는 '누적'이다. 아이디어의 누적, 실수의 누적, 도전의 누적, 이미지의 누적, 갈등의 누적 그리고 성과의 누적 등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현대카드가 겪은 경영 행위의 일련의 과정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적되어서 문화가 되어버리면 모방이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수많은 카드 및 은행에서 현대카드와 비슷하거나 보다 파격적인 카드와 서비스를 제안해서, 카드 발급률은 높였을지 몰라도 그 생명력은 짧았다.
톰 피터스는 자신의 저서인 <톰 피터스 에센셜, 디자인>에서 디자인은 영혼이라는 말로 159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오직 이것만 말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을 두고 영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해당하는 것(영혼)을 그려내는 디자인이 '영혼'이라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영혼)을 보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계획되었다기보다 진화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 방향은 '완벽함의 추구'가 아니라 '완성 중인 열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고객의 가치 또한 상대적이며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유니타스 브랜드 Vol.10 - 브랜더의 성지순례, 디자인 경영의 성배 현대카드]